'인타임'은 시간이 곧 생명이자 화폐가 된 세상에서, 단 몇 분의 여유조차 사치인 현실을 마주한 한 청년이 부조리한 체제에 맞서 사랑과 연대를 선택하는 여정을 그린다. 생명을 나누는 일이 곧 사랑이 되고, 단 10초를 건네는 손길이 가장 진한 믿음이 되는 이 세계에서, 영화는 우리가 누구와 어떻게 시간을 쓰고 있는지 묻는 잔잔하고도 강렬한 울림을 남긴다.
1. 영화의 흐름
이야기는 가까운 미래, '시간'이 곧 생명이 되어버린 세계에서 시작된다. 그곳에서 사람들은 25세가 되면 더 이상 나이를 먹지 않는다. 하지만 불로불사의 대가는 가혹했다. 25세가 되는 순간부터, 손목에 새겨진 디지털 시계는 거꾸로 생존 시간을 카운트다운하기 시작한다. 더 이상 돈이 통용되지 않는 사회. 시간은 노동의 대가이자 식사의 값이고, 집세이며, 교통비이며, 더 나아가 생명을 좌우하는 모든 것이다. 빈민가에서 하루하루를 겨우 버티며 살아가는 청년 윌 살라스는 어머니와 단둘이 산다. 하루 벌어 하루 살고, 때로는 커피 한 잔에도 생명이 줄어드는 현실. 어느 날 윌은 술집에서 기이한 남자를 만난다. 그는 헨리 해밀턴. 수백 년을 살 수 있을 만큼의 시간을 가진, 그러나 삶에 지친 자였다. 그 밤, 윌은 헨리에게서 세상의 진실을 듣는다. 누군가는 영원히 살기 위해 누군가는 매일 죽어야 한다는 시스템. 그리고 그 진실을 들은 다음 날 아침, 헨리는 모든 시간을 윌에게 넘기고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100년이라는 시간. 그것은 빈민가에서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신의 축복 같은 유산이었다. 하지만 그 시간은 곧 저주가 된다. 갑작스럽게 생긴 부를 의심한 ‘타임키퍼’들의 추적이 시작되고, 윌은 헨리를 살해한 도둑으로 몰린다. 도망자의 신세가 된 그는 시간의 중심지이자 부유층이 사는 뉴 그리니치로 향한다. 그곳에서 그는 시간 재벌 필립 와이스와 그의 딸 실비아를 만나게 된다. 윌은 필립의 카지노에서 승부를 걸어 대담하게 시간을 따낸다. 하지만 그 자리에서 실비아에게 묘한 끌림을 느낀다. 그녀는 사치스럽고 철부지처럼 보였지만, 한편으로는 세상의 모순을 어렴풋이 인식하고 있었다. 윌은 곧 체포되지만, 재치 있게 도주하면서 실비아를 인질로 삼는다. 두 사람은 도망자와 인질의 관계로 시작되지만, 점차 서로의 상처를 마주하고, 체제에 대한 분노를 공유하게 된다. 실비아는 처음으로 빈민가의 현실을 본다. 사람들이 30초를 벌기 위해 숨이 넘어가도록 뛰는 곳. 아이가 우는 이유는 배고파서가 아니라 시간이 없어서인 곳. 그녀는 점차 아버지의 세계에 의문을 품기 시작한다. 윌과 실비아는 함께 시간 은행을 털고, 부자들이 독점하던 시간을 가난한 사람들에게 나누기 시작한다. 도시 곳곳에 시간이 풀리자, 사람들은 더 이상 생존을 위해 절망적인 선택을 하지 않게 된다. 체제는 흔들리기 시작하고, 타임키퍼 레이먼드 레온은 두 사람을 끝까지 쫓지만, 마음 한구석에서는 이 부조리에 대한 갈등을 느낀다. 윌과 실비아는 단순한 연인이 아닌, 체제를 전복시키는 ‘시간의 반란자’가 된다. 마지막 장면에서 두 사람은 더 큰 은행을 노리며 사라진다. 그들이 만든 균열은 점점 퍼져 나가고, 생명은 더 이상 누군가의 사치품이 아닌, 모두가 가질 수 있는 권리가 되어간다.
2. 영화 속 '시간'의 의미
영화 속 '시간'은 그저 분침과 초침이 지나가는 소리가 아니었다. 그것은 한 사람의 존재를 증명하는 숫자이자, 숨을 쉴 수 있게 해주는 마지막 여유였고, 사랑하는 이에게 남길 수 있는 유일한 유산이었다. 누군가에게는 수백 년을 의미하는 끝없는 축적이었고, 또 누군가에게는 버스 한 정거장을 타기엔 턱없이 부족한 2분이었다. 손목 위의 디지털 숫자는 생명의 총량처럼 깜빡였고, 그 수치가 줄어들수록 심장은 더 세차게 뛰었다. 시간은 이 세계에서 생명이었고, 권력이었으며, 동시에 절망이기도 했다. 하루를 벌기 위해 자신의 삶을 내던지는 사람들과, 수백 년을 헛되이 흘려보내도 지루함만을 느끼는 이들이 같은 공간에 존재한다는 것. 그 안에서 시간은 공평하지 않았고, 오히려 가장 비열한 차별의 기준이 되었다. 태어날 때부터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이들은 영원에 가까운 안식을 누렸고, 매일을 도둑맞듯 살아야 하는 이들은 내일을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그런 시간은 손에 쥐면 쥘수록 모래처럼 흘러내렸고, 잡으려 할수록 더 빠르게 사라졌다. 어머니에게 줄 30분을 구하지 못해 마지막 인사를 나누지도 못한 순간, 사랑하는 사람의 시계가 10초 남았다는 걸 알면서도 아무것도 해줄 수 없었던 절망의 시간. 그 모든 장면은 말없이 시간을 묻는다. 우리는 지금 이 순간을 살아가고 있는가, 아니면 살아지는 대로 흘려보내고 있는가. 시간은 영화에서 사랑을 가능케 하고, 반란을 태동시키며, 사람을 사람답게 만든다. 그것은 교환할 수 있는 화폐인 동시에, 되돌릴 수 없는 기억이자 용기이기도 했다. 사랑에 빠질 수 있는 단 2일이, 목숨을 바꿔 지켜낸 1분이, 그리고 불평등한 세상에 균열을 낼 수 있었던 단 하나의 선택이 모두 ‘시간’이었다. 영화는 묻지 않지만, 우리는 스스로에게 되묻게 된다. 내게 남은 시간은 누구를 위해 써야 할까. 그리고 그 시간이 끝날 때, 나는 과연 제대로 살아냈노라고 말할 수 있을까.
3. 영화의 감동을 더하는 포인트
'인타임'은 시간이라는 개념을 통째로 삶의 통화 단위로 바꿔놓은 세계를 보여주지만, 진짜 감동은 그 설정 바깥, 사람들의 선택과 눈빛 속에 숨어 있다. 시간을 벌기 위해 뛰고, 잠시도 쉬지 못하는 일상의 무게는 지금 우리가 사는 현실과 그리 멀지 않다. 윌이 하루 단위로 목숨을 유지하며 살아가던 장면들, 분 단위로 조급해지던 그의 얼굴,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남은 시간을 나눠줄 때의 손끝… 그런 순간들이 영화의 진심을 더 깊게 만든다. 나는 그들이 손목을 맞대고 숨을 고르던 장면이 잊히지 않았다. 거기엔 단순한 로맨스가 아니라 ‘같이 살아내자’는 간절한 의지가 있었다. 시간을 소유한 사람들은 느긋하고 무표정했지만, 시간이 부족한 사람들일수록 감정은 더 생생했고 사랑은 더 간절했다. 실비아가 윌과 함께 도망치며 점점 더 눈빛이 달라졌던 이유도, 바로 그 경계선 위에서 진짜 삶을 처음 느꼈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영화는 결국 묻는다. ‘당신은 시간을 어떻게 쓰고 있나요?’라는 질문을. '인타임'이 내게 남긴 감동은, 그 거대한 설정 안에서도 아주 작고 사적인 감정들이 절절하게 살아 있다는 점이었다. 시간을 나눈다는 건 단순히 목숨을 연장해주는 일이 아니라, 마음을 건네는 일이기도 하다는 것. 하루만 더, 지금 이 순간만큼은 당신과 함께하고 싶다는, 그런 고백이 이 영화의 숨결 속에 조용히 스며 있다. 그래서 화려한 설정보다 그 속에 깃든 사람의 온기가, 이 영화의 진짜 감동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