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변호인’은 돈만 좇던 변호사 송우석이 고문당한 청년 진우를 변호하며 정의의 편에 서는 이야기다. 1980년대 부림 사건을 배경으로, 국가란 국민이라는 신념 아래 한 사람이 법보다 사람을 선택하는 과정을 그린다. 정의는 거창한 말이 아니라 외면하지 않는 태도에서 시작된다는 메시지를 전한다.
1. 등장인물 소개
영화 ‘변호인’ 속 인물들은 단순히 극 중 역할에 머무르지 않는다. 그들은 시대를 품고, 아픔을 통과하며, 결국엔 우리가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하는지를 묻는 존재들이다. 송우석은 시작부터 완성된 인물이 아니다. 돈을 벌기 위해 법률을 공부했고, 세금 전문 변호사로 넉넉한 생활을 누리던 그는 평범하고도 세속적인 욕망에 충실한 사람이었다. 하지만 그의 진짜 모습은 ‘진심’을 마주하는 순간부터 드러난다. 오래전 단골이자 유일하게 마음을 열었던 국밥집 아주머니, 그리고 그녀의 아들 진우가 불합리한 국가 권력의 손에 끌려간 순간, 그는 침묵하지 않는다. 그가 정의를 외치기 시작한 건, 거대한 대의를 위해서가 아니라, 사랑하고 아꼈던 이들의 고통 앞에서 도저히 눈을 감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나에게 송우석은 영웅이 아니다. 오히려 너무도 인간적인, 그래서 더 믿음직스러운 인물이다. 그는 두려워하면서도 한 걸음 내딛고, 때로는 주저하면서도 끝내 물러서지 않는다. 그리고 그 옆에는 또 다른 이름 없는 인물들이 있다. 고문을 당하면서도 진실을 굽히지 않던 대학생들, 국가폭력을 의심하고 분노하는 시민들, 그리고 끝까지 법정을 지키는 변호인 곁의 동료들. 그들의 존재는 작지만, 하나하나가 영화를 더 깊이 있게 만든다. 이 인물들은 단순한 역할이 아닌 시대의 증언이다. 나는 이 영화를 볼 때마다 문득, 나라면 송우석처럼 행동할 수 있었을까, 진우처럼 그 모든 것을 견딜 수 있었을까 자문하게 된다. 그 질문이 남긴 잔상은 오래도록 지워지지 않고, 삶의 순간마다 어떤 선택을 해야 할지 조용히 되묻게 만든다. 이 영화의 등장인물들은 그만큼 진정성 있고, 내 마음 어딘가에 여전히 살아 숨 쉬고 있다.
2. 시대적 배경과 실제사건
영화 ‘변호인’이 담아낸 시대는 단순한 과거가 아니다. 그것은 지금도 이 땅 어딘가에 여전히 남아 있는 흔들림의 기억이며, 무언가를 지키려다 무너졌던 사람들의 이야기다. 1980년대 초반, 부산을 배경으로 한 이 이야기는 단순한 법정 드라마가 아니라, 그 시대를 살았던 보통 사람들의 고통과 분노, 그리고 끝내 포기하지 않은 목소리를 담아낸 기록이다. 나는 이 영화를 처음 봤을 때, 영화 속 장면이 아니라 내 가족의 기억을 들여다보는 것 같아 멈춰 서야 했다. 아버지의 앨범 속에 끼워진 경찰서 앞 전단지, 어머니가 조용히 넘기던 신문 속 기사들, 모두가 말은 아꼈지만 눈빛으로는 다 알고 있던 그 공기의 무게가 이 영화 안에서 다시 피어올랐다. 영화가 그린 ‘부림사건’은 실제로 1981년 부산에서 있었던 일이었다. 평범한 대학생들과 교사, 출판사 직원 등 열네 명이 불온서적을 읽었다는 이유만으로 불법 연행되어 가혹한 고문과 조작된 증거 속에서 국가보안법 위반이라는 무거운 죄를 뒤집어쓴 사건이었다. 그 과정은 상상을 초월할 만큼 비인간적이었고, 법정은 이미 정의가 사라진 공간으로 전락해 있었다. 그런 시대에, 권력 앞에서 고개 숙이지 않고 맞서는 한 변호인의 등장은 단순히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 시대의 양심이자 불꽃 같은 저항이었다고 나는 믿는다. 이 영화가 특별한 건, 그런 역사적 사실을 다루면서도 그것을 낡은 교훈처럼 말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사람들의 감정, 무너지는 마음,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정제된 언어가 아니라 숨결로 들려준다. 그래서 더 아프고, 그래서 더 가깝다. 나는 이 영화를 보고 나서야 ‘국가’라는 말이 누군가의 삶 위에 어떻게 작동하는지를 실감했다. 시대가 변해도 잊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있고, 그 잊지 않음이 곧 인간의 존엄을 지키는 유일한 방법임을 이 영화는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말하고 있었다.
3. 주제의식과 메세지
영화 ‘변호인’을 보고 나면 마음 한쪽이 오래도록 저릿하게 남는다. 그것은 단순히 감정적인 여운이 아니라,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에 대한 본질적인 물음 때문이다. 이 작품은 법과 정의, 국가와 개인 사이의 관계를 다루지만, 결국은 사람과 사람 사이의 책임과 연대에 대해 말한다. 법이 누구를 위해 존재해야 하는가, 국가는 무엇을 지키기 위해 권력을 행사하는가, 그리고 우리는 타인의 고통 앞에서 얼마나 눈을 감고 있었는가. 이런 질문들이 영화 전반을 조용히 흐르며 마음을 쿡쿡 찌른다. 내가 이 영화를 깊이 사랑하는 이유는, 그 주제의식이 거창한 명분 속에 갇혀 있지 않기 때문이다. 국밥집 아주머니의 따뜻한 밥 한 그릇에서 출발한 송우석의 변화, 그건 대단한 철학이나 사상에서 비롯된 게 아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고통에 침묵하지 않겠다는 아주 단순하고도 인간적인 감정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래서 더 진짜 같고, 그래서 더 울림이 크다. 나는 법이란 것이 언제나 공정하지 않을 수 있다는 걸 알지만, 그래도 사람을 지키기 위해 존재해야 한다고 믿는다. 영화는 바로 그 믿음을 지켜낸 이야기다. 비록 혼자였지만, 송우석은 끝까지 법정에 섰고, 그 자리를 버티며 무너지는 사람들의 이름을 대신 불러줬다. 그 장면에서 나는 목이 메었다. 우리는 흔히 ‘변호인’이라 하면 누군가를 법적으로 방어하는 역할이라고 생각하지만, 이 영화는 그 단어의 본질을 다시 보게 한다. 진짜 변호란, 누군가의 말을 들어주고, 그 사람의 입장이 되어 세상 앞에 서주는 일이라는 것을 말이다. 나는 이 영화가 단지 과거를 말하는 작품이 아니라, 우리가 오늘 어떤 사람으로 살아야 하는지를 묻는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불의 앞에서 침묵하지 않는 용기, 누군가를 위해 싸울 줄 아는 연대, 그리고 정의를 말하는 데 있어서 가장 중요한 건 지식이 아니라 진심이라는 것. 그런 메시지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이 영화는, 단 한 번의 시선으로도 사람의 삶을 바꾸고, 나아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믿음을 보여주고 있었다.